분명히 옛날보다 더 잘살게 되었는 데, 사람들은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게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실제로 부를 쌓기도 더 어려워졌지만, 기왕에 갖고 있는 부를 유지하기도 예정보다 훨씬 더 힘들어진 것같다. 우선 은행에 많은 돈을 넣고 그 이자를 받아서 살던 사람들이 힘들어졌다. 이제는 금융부자라고해서 그 부를 무한정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사업을 하기에는 성공확률이 더 낮아졌다. 이제는 부자도 어느 순간엔가 더 낮은 계단으로 떨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보는 부동산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하우스푸어’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점도 있지만, 경제성장의 결과가 상위그룹도 아닌 최상위, 0.01%에 몰린 탓이다. 그리고 기업을 탓한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 기업도 내가 보기에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노키아가 사라지고 있고, 닌텐도가 내년이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난공불락일 것같던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시들어가고 있고, 중국의 경제마저 휘청거리면서 팔만한 시장이 줄어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으로서도 별 해답거리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어쨋거나 경제를 돌리는 것은 기업이니까! 그러기 위하여는 일단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를 줄여야하고, 그들이 충분히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있게 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훌륭한 사업 실행방안’이 충족될 때만 이러한 협력활동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그것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40억에서 50억에 이르는 저소득층이 이러한 ‘훌륭한 사업실행 방안’을 지금과 다른 뜻으로 정의내리도록 도와줄 수는 없다. 이는 박애주의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는 아니다. 다국적 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은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 그것이 회사의 핵심활동과는 완전히 일치되지 않는 것같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자원이 계속 공급되고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저소득층이 대규모 민간기업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요소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활동적이어야 하고, 정보를 잘 파악해야 하면,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저소득층의 니즈가 가득 찬 시장을 함께 창조해 갈 때 비로소 빈곤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서문에 나온 이 말이 정답이다. 빈곤층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기업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이어야만 하기는 하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3가지를 제시한다. 1) 알맞은 가격, 2) 접근성 :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그 날의 필수품을 얻기 위하여 하루 종일 일하고 오후 7시 이후에나 쇼핑을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3) 이용가능성 : 더 많이 벌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내어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더 많이 소비할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위의 3가지 방법은 아직 나의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발가락양말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다. 제법 비싸게 팔리고 있는 양말이라 저소득층용 제품은 아니지만, 거의 수공예에 가까운 제품으로 규모에 비하여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있다. 일단 3번은 가능하다. 나머지는 내가 보기에는 ‘운영의 효율성’을 통한 대량 생산을 하여야만 가능할 수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필맥스도 저소득층을 포함한 대량 소비체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단위당 한계 수익이 낮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생기는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 수준, 그리고 투자 자본보다 높은 수익률 발생을 기대할 수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조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나도 일부러 고가시장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생산규모가 영세하고 애초부터 발가락양말 시장이 작으니 켤레당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발가락양말이라는 틈새시장을 좋아하는 한정된 유럽인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고소득층을 상대로 마케팅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높은 단가의 양말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결국 나 역시도 보편적이고 시장의 규모가 큰 저가시장으로 가서 고소득층부터 저소득층이 모두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게다가 사회의 커다란 한 구성원집단을 나의 관심으로부터 소외시킨다는 꺼림칙함도 없앨 수있다. “우리의 우선적 의무가 주주들의 수익을 떠받드는 것이든 아니면 가난화 사회적 부당함을 줄이는 것이든 간에,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과 민간 부문의 능력을 끌어올릴 것을 요구한다,”그러기 위하여는 나의 생산과 판매 효용성을 최대한으로 높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나의 생산물을 제공할 수있어야 한다. 내가 보다 더 큰 시장에 진입할 수있다면 역시 저소득층 소비자를 위한 기본 인프라를 만들어 낼 수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저소득층은 주로 인도나 아프리카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적용할 만한 여지가 많다. 사실 한국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한국은 나라가 작아서 인구는 많지만, 지역적 넓이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운영비가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일단은 ‘낮은 한계수익’을 커버할 정도의 운영의 효율성을 달성할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이래저래 내가 사업을 잘 해야할 이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늘은 나의 뜻을 아실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