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특히 우리 사회에서 청춘들을 위한 메시지가 넘쳐난다. 아픔, 열정, 꿈, 불확실함, 가능성, 기회 등, 청춘을 동반하는 단어 또한 너무도 많다. 기회가 있어서 청춘이고, 열정이 있어서 청춘이고, 무엇보다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모든 수식어가 어울리지만, 나에게 있어서 청춘은,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한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한국 음악계·연예계에 입문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때는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노래를 할 기회와 무대에 즐거워하며 동경했던 뮤지션 언니 오빠들을 만나고 함께 작업하는 그 시간을 만끽했다. 물론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면시간과 체력 저하로 고생했고, 나이 어린 학생에게는 낯선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상처도 받았지만,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데뷔한 지 11년이 되던 해에 미국 로스쿨에 입학했다. 10대와 20대에 나의 일상이었던 노래와 무대는 끝났고, 내 학우들에게는 일상이었던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도 낯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공부도, 언어도, 문화 차이도 버거웠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 내가 익숙해 있었던 일과 삶의 방식,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쌓아온 커리어와 누렸던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벌거벗은 나와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길지 않는 내 삶의 여정에서 혼란과 열망이 나의 동반자였다. 혼란과 열망 뒤에는 진실한 나와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느낌과 경계에 놓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실망감이다.
인간은 소속감을 원한다. 어느 집단, 직업군, 커뮤니티 혹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픈 마음 말이다. 나는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러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한국과 미국 사이, 연예인과 법조인 사이, 아이와 어른 사이,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 이성과 감성 사이, 논리와 상상력 사이, 머리와 가슴 사이…. 늘 경계선에 서 있는 내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얻은 여러 타이틀, 이미지, 그리고 기대와 관계없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지난여름, 뉴욕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마을에 다녀왔다. 몇 달 동안 회사에서 내가 총괄하는 큰 규모의 국제 콘퍼런스를 기획했었고, 그에 따른 발표와 행사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심신이 매우 지쳐있었다. 폐막식을 끝내고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서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차로 떠났다. 맨해튼을 조금만 벗어나면 ‘언제 내가 도시에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마을들이 여러 개 있었다.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가서 태리타운(Tarrytown)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을 걷다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가 있어서 호기심에 들어갔다. 로컬 아티스트들의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향긋한 나무와 양초 냄새가 나는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데, 목재로 만든 작은 보석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보석함에는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Life isn’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about creating yourself”(삶이란 자신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살면서 아주 가끔, 예상치 못했던 곳, 사물, 사람과의 만남에서 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는 분명히 세상이 내게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함이라 믿는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으려고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나만의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가면 된다는 속삭임이었다.
법상스님은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라고 하셨다. 그 마을과 그 보석함에 쓰인 메시지와의 만남은 내가 목말라 하던 나 자신과의 조우를 선물해주었다. 혼란스러운 경계에서 나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그 중간 어디쯤’에 있기 때문에 특별한 가치가 있을 나만의 야이기를 만들어 가면 된다. 그래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