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뜻하고 청량하다. 대중 친화적인 언어는 풍성한 감성과 감정을 전하며 감각적인 음악의 결을 완성한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보다는 단단하고 웅숭깊은 뿌리로 소리와 텍스트를 전하는 데이브레이크. 이 유쾌한 밴드는 2007년 1집 로 데뷔하여 10년간 팝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구심력과 원심력을 지키며 음악의 궤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꽃길만 걷게 해줄게’ ‘좋다’ ‘들었다 놨다’ ‘Hot Fresh’ 등의 히트곡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서로 다른 네 가지 색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그들을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청와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의 공연이 화제가 됐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는 모든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는 가사가 서로에게 신뢰와 의지가 되어 응원하는 분위기가 감동적이었다(유종). 우리가 만든 노래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 우리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 우리의 생각이 재해석, 재생산되어 또 다른 쓰임새와 이야기로 펼쳐진다는 게 뮤지션으로서 짜릿하고 감사하다(원석). 후렴구에 국민을 향한 진심을 담아 최대한 따뜻하게 불렀다. 가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웃음). 3분 30초 동안 정말 행복했다. 사전에 5분 정도 리허설을 하고 관객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서 분위기를 잘 이끈 것 같다. 밴드로서 쉽지 않은 경험이라 온전히 집중하려고 했다(장원). 우리 음악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감격스럽고 영광이었다. 평소처럼 무대에 올랐는데, 끝나고 나니 뭔가 벅차오르더라(선일).

어느덧 데뷔 10주년이다. 그동안 밴드 음악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밴드가 음악을 하기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 기성 밴드가 좋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선일). 확실히 요즘은 힙합으로 넘어갔다. 힙합 뮤지션들은 그들만의 이슈와 문화를 만들어 붐을 일으켰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놓쳐버렸다. 탑밴드 시절에도 경쟁심을 일으키고 배틀을 했어야 하는데, 서로 격려하고 칭찬만 했다(웃음). 당시 ‘MUST 밴드의 시대’ 등 라이브 공연 프로그램이 꽤 있었다. 밴드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높았을 때, 스타성 있는 누군가가 나왔다면 활발히 자리 잡지 않았을까 싶다. 과거의 음악적 흐름을 보면 어떤 음악이 휘발성 없이 꾸준히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음악도 패션과 같으니까. 그 흐름이 밴드씬, 싱어송라이터에게 다시 오길 바란다(원석).

이 문제는 결국 화법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1인칭 화자가 넘쳐나니까.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며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방식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요즘 가장 핫한 힙합 뮤지션을 보면 기존 힙합과는 완전히 다른 화법을 쓰는데, 이미 밴드씬에서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 싱글, 정규를 준비할 때 어떤 화법을 쓸지 고민된다. 그동안의 화법을 고수할지 전혀 다른 흐름으로 갈지….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젊은 감각으로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정확한 구성원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음악의 주 소비층은 10~20대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다(원석). 시대와 세대와의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진 않다. 아티스트가 리스너를 너무 의식하다 보면 내가 없어지는 느낌도 들지만, 대중음악을 하고 있으니 알맞은 톤을 잘 찾아야 한다(선일).

화법만큼 고민하는 주제도 달라졌겠다.

늘 행복에 대해 고민한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되거나 사랑을 하고 부와 명예를 얻으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런데 크게는 아니지만 조금은 알게 된 후 든 생각은 절대적인 만족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음악과 삶에서 고민하는 주제다(장원). 결혼 후에는 이별에 관한 노래를 만들기 힘들다(웃음). 최근에는 이별이나 사랑의 아픔을 주제로 한 노래가 없다. 확실히 고민하는 주제가 변했다(원석). 멋있게 나이 들어감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그런 감정을 활자화하는 건 뮤지션의 몫이니까. 무대에 서지 못할 나이가 되면 나는 과연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점점 현실적인 고민을 더 하는 것 같다(선일).

여전히 데이브레이크의 정체성을 인디의 개념으로 규정짓기도 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인디인가?” 했었는데, 이젠 무덤덤해졌다(웃음). 사람들은 뭔가를 분류하는 걸 좋아하지 않나. 인디의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든 것 같다. 실제로 장필순 씨가 했던 포크 음악을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불렀다. 인디를 하나의 장르처럼 음악에 대한 경계로 사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선일). 인디를 음악적 장르로 나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디는 말 그대로 독립성이다. 직접 제작하고 외부 투자 없이 하나의 독립체로 유지하는 것. 우리는 기획사도 있고, 직접 제작하는 것도 아니니 엄격한 의미에서 인디밴드가 아니다. 인디레이블의 개념은 맞지만, 거기에 속한 뮤지션이 꼭 인디밴드, 인디뮤지션이라고는 할 수 없다(원석). 그런데 용어에 대한 확실한 개념이나 선입견이 없는 경우, 사람들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뮤지션보다는 스스로 곡을 쓰고 연주하는,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하니까(유종).

연말 공연 ‘RUNWAY’는 꽃길이 연상된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

우선 연말 공연(12월 9일~10일)은 스탠딩이라 뜨거운 분위기가 될 것 같다(웃음). 패션쇼 런웨이처럼 돌출무대에 꽃길이 연출되는데, 새해를 향해 ‘달리는’(RUN) ‘길’(WAY)을 의미하기도 한다(원석). 언젠가는 장필순, 김광석, 빛과 소금처럼 대학로 소극장 공연도 하고 싶다. 기간은 한 달 정도, 매일 셋리스트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선일). 당연히 대형 공연에 대한 로망도 있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소극장 공연은 꼭 해보고 싶다(장원).

뮤지션으로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노래와 공연 레퍼토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데이브레이크’ 하면 어떤 음악,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나.

즐겁게 공연하는 밴드. 우리가 즐거워야 관객도 기분이 좋아진다(장원).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음이 궁금한 밴드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나이에 맞는 이야기를 구태의연한 화법이나 느낌으로 전해서는 안 된다. 비록 더디게 왔지만, 밴드 결성 초반에 고생했던 것들이 뚝심 있게 지켜져서 지금의 강점이 된 것 같다(원석). 밝고 매력적인 음악으로 세대를 넘어 소통하는 밴드로 남았으면 한다(유종). 무엇보다 음악적 뿌리만큼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밴드의 매력도 생명력도 없어지니까(선일).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바람이 있다면.

10년 전에도 우리가 과연 얼마나 갈까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만큼 왔다. 멤버들 각자가 꿈을 이루고, 팀도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선일). 솔직히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웃음). 앨범 재킷도 녹음실 장비도 뮤직비디오도 모두 자본 아닌가. 얼마나 시간을 단축해서 더 안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니까(원석). 내 안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자아가 있다. 철들지 않은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고 멤버들과 티격태격하면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유종).

# 데이브레이크(Daybreak)라는 이름처럼 그들의 음악은 감각이 열리는 시간, 또 다른 경계로 넘어가는 새벽길 위에 놓여있다. 넓은 음악의 가지는 깊은 뿌리를 딛고 대중을 향해 길게 뻗어 나간다. 그 지난한 여정과 변화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그들이 걷는 길, 그들이 여는 길은 늙지 않은 음악, 청춘의 시간이다.

글. 사진/ 김신영 기자

*사진: (좌부터) 정유종(기타),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키보드)

©월간에세이 

@SLOBBIE 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