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화 장기화된 바이러스 불확실성

지구는 지금 전쟁 중이다. 그러나 인간이 수 천년동안 해왔던 전쟁과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  눈에 보이는 적, 국경, 이념적 구분은 없다. 이 전쟁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쌓아왔던 생활 방식을 바꾸었고, 국가 간의 갈등이 아닌 자연과의 전쟁이고, 사회적 교류는 통행 금지와 사회적 거리 제한으로 타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전쟁의 관건은 필수 물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좌우되는 데, 그 필수 물품은 대포, 탱크, 칼과 같은 살상 무기가 아니라 마스크, 손 세정제와 같은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소소한 물품이다. 그 소소한 물품이 인류의 삶과 죽음의 문제가 되었다. 전쟁이다, 전쟁!

가. 높아진 불안감

국제통화기금(IMF)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pandemic) 불확실성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 당시의 3배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IMF는 143개국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세계 팬데믹 불확실성 지수’(WPUI)를 측정한 결과 전 세계 평균 WPUI는 13.4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스가 유행하던 2003년 2분기(4.40)의 3배를 넘고, 에볼라가 발생했던 2015년 1분기(0.63)의 20배 수준이다. WPUI는 IMF가 1996년부터 발표해온 세계불확실성지수(WUI)의 하위 지수다. WUI는 글로벌 경제 정보서비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국가별 보고서에 ‘불확실성’과 관련된 단어가 언급된 횟수를 텍스트마이닝 방식으로 집계해 IMF가 공표하고 있다. IMF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확실성 수준은 전례가 없다”며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위기가 언제 끝날지 확실하지 않아 불확실성 수준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 2020.4.7.)

이번 코로나19가 다른 어느 질병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사스나 에볼라보다 2-30배나 높다는 것은 이제까지 유지해왔던 지구의 일상이 불확실해졌다는 의미이다. 아직 우리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확실하게 제압하여 더 이상 인명피해를 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있다. 처음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시작될 때는 2-3월이면 꼭지점을 돌거나 길어도 4월이면 바이러스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 전망의 밑바탕에는 ‘숙주론’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다른 살아 있는 생물의 세포 안에서만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반생물)이다. 이때 기생하는 동물의 몸체를 숙주라고 한다. 바이러스와 숙주는 서로 이익을 주는 공생관계가 될 때도 있고,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기생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면 스스로도 존재할 공간이 없어져 죽게 된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가급적 숙주의 몸에서 적응하여 공생하거나 기생하는 게 바이러스로서는 최적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회가 어느 정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예측은 전염병이 고립된 사회에 퍼졌을 때는 맞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회 전체의 필수 감염율이 60%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같은 감염률을 갖추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불확실하다. 중국이 우한에서 폐쇄전략을 펼친 이유가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이 60%나 집단감염에 대한 연구없이 그저 중국 공산당의 막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이동성과 자연 파괴환경, 인간 의학의 발전에 적응한 바이러스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중국의 코로나19와 이태리의 코로나19가 다르다고 한다. 벌써 변종이 생긴 것이다. 

나. 글로벌화한 코로나19

그러나 세계는 연결되었다. 만일 중국 공산당이 우한지역의 폐쇄를 적절한 시간에 완전히 실행하였다면 60%의 우한 사람들이 감염되고, 우한지역은 충분히 면역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의 감염은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맞았거나 자체 소멸되었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우한지역의 폐쇄는 오랜 기간에 걸쳐 퍼졌고,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한지역의 사람들은 세계로 여행을 다녔고, 또 세계 사람들은 우한에서 여행을 즐겼다. 그렇게 2019년 12월 1일부터 2020년 1월 20일까지 세계는 무방비상태에서 두 달을 지냈다. 1월 20일부터 한국 정부는 우한을 공식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책을 세웠지만,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중국지역 전체에서 들어오는 잠재적 감염자에 대한 입국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등 다른 나라들은 아시아지역에서 퍼지는 중세시대 페스트와 같은 역병의 창궐을 팔짱끼고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렇게 또 2달이 흘러갔고 4월 12일 현재 전 세계 감염자는 215개국에서 약 180만명에, 사망자는 11만 여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낳았다. 국가별로 보면 감염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모든 나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나라마다 감염자의 발생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어찌되었든 최초 발생지인 우한에서는 신규 발생자가 없는 기간도 생겼다. 중국 공산당은 우한지역의 봉쇄 해제를 선언하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끝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시 중국 지역에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규 감염자는 중국이외의 지역에 있다가 귀국하는 중국인들이었다. 우한 바깥으로 나갔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돌고 돌아 다시 중국으로 귀국하는 모양새이다. 다시 중국 공산당은 긴장하고 해외 입국자, 중국인 또는 외국인을 불문하고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 경제와 문화가 엮여있는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틈사이로 코로나19는 다시 중국으로, 다시 우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바이러스의 한 세대는 하루라고 한다. 4개월 동안 코로나19는 글로벌한 여행을 즐기고 다시 중국으로 들어갔다. 처음 중국에서 나왔던 바이러스와 120여일 동안 세계를 감염시키고 중국에 귀국한 바이러스가 같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은 낮다. 그 사이에 변종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태리의 바이러스와 최초 우한바이러스 사이에서 차이가 있고, 심지어는 한국과 일본바이러스는 중국 우한바이러스와든 다른 변종이라고 알려졌다. 더욱 불안한 것은 미국에는 벌써 5가지 변종 코로나19가 있다고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4월 전체 발병자의 절반이상이 공항을 통하여 들어온 해외 입국자들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인 우한지역의 봉쇄가 풀림으로써 우한지역의 사람들은 중국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1월 23일 우한지역이 봉쇄되고, 76일만인 4.7일 해제된 날 우한지역의 사람들은 마치 감옥에서 탈출이라도 하듯이 10만여명이 도시를 벗어났다. 그리고 어딘선가 본토박이 우한출신 바이러스와 빠다물 잔뜩먹은 글로벌화한 우한출신 바이러스가 만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원조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가 중국 전체에서 짬뽕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제 우리는 중국 우한이 고향인 바이러스의 다양성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관등성명할 것이다. 

너 우한 몇기야? 

그럼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겠다. 

네~ 저는 신천지 3기이고, 우한 15기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인류에게는 악몽을 꾸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시간이 언제까지 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사스와 메르스가 6개월만에 끝났다. 2020년 4월초에 이르면서 한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세 둔화가 확연해지면서 하루 30-40여명의 신규 감염자가 생기고 있다. 하루 100여명도 넘게 증가하던 때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여름이 되면 이 악몽같은 시점이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오랜 시간을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할 것이라는 각오와 체념이 섞여가고 있다. 그만큼 희망의 농도는 낮아지고, 불안한 불확실성은 짙어진다.

2. 글로벌 화폐경제 구조의 변동

프랑스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5일간 전국민 이동 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우리는 전쟁 중이다. 보건전쟁이지만 분명히 전쟁이라며 집에 머물러 주길 청한다. 침착을 유지해 달라고 말했다. 더로컬, 유로뉴스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현지 시간으로 이튿날 정오부터 15일간 봉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움직임을 제한해야 한다. (뉴시스, 2020.3.17.)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람은 프랑스 마크롱대통령만이 아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미국의 트럼프대통령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진짜 전쟁임을 분명히 하였다. 부족하게 대응해서 기회를 잃어버리기 보다는 오히려 과잉대응이 낫다고 한다.

가. 무너지는 경제체계

“현대 경제는 회사, 직원, 공급자, 소비자, 은행, 금융 중개인 등 상호 연결된 당사자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말하자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직원이자 고객이고 채권자이다. 이처럼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연결고리 중 하나가 질병 또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위한 억제 정책으로개지면, 다른 연결고리도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의 그림은 리처드 볼드윈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동시 다발적 타격을 받는 소득 순환과정을 보여 준다. 이 도식에 따르면 가계는 자본과 노동력을 갖고 있고, 이를 기업에 공급하며, 기업은 공급받은 자본과 노동력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고, 가계는 기업이 지급한 돈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식으로 소둑이 순환하고 경제가 성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의 한 부분에 차질이 발생하면 결국 모든 흐름이 둔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X자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타격을 받는 지점을 보여주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전체 흐름에서의 받는 타격을 나타낸다. 문제는 이 타격이 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 다발적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향곡선을 그려가던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연쇄적이고 동시 다발적인 타격에 급격한 하락을 겪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전례가 없다. 효과적인 대응책이 무엇인지 경제학자나 정책 담당자들이 아는 바가 없다. 그렇기에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력을 다해서 우선 닥친 문제부터 풀고 보자이다. 실물 경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고 난 다음에 경제 사정이 나아져봐야 소용없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다음을 생각하라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유일한 해결책이다. 복잡하지도 않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아도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은 무한정 돈을 푸는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대라고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소리쳐 외치고 있다. 그래서 세계의 정부들은 국민들에게 조건없이 재난배당금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럼프는 성인 1인당 1000달러를, 한국의 문재인은 1인다 40-50만원을 고민하고 있다.

나. 헬리콥터 머니, 새로운 종말의 시작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돈을 창출하여 부채 없이 시민에게 일방적 이체 형태로 대중에게 직접 보내는 정책이다.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있어왔지만, 코로나19는 이론적 논란보다는 현실적 급박함을 앞세우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와 소득일 잃는 반면에 주택 월세, 전기료, 은행 이자등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써야하는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이런 비용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시간이 급하고 선별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니 국민 모두에게 주거나, 선별하되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현금으로 상환 의무 없이 지원하는 정책이다. 보통 때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제안을 한 사람에게 ‘미친 짓’이라며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도 감히 이런 파격적이고 정부의 재정정책을 파괴할 만한 이런 제안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제기되었을 도덕적 해이같은 문제들, 즉 열심히 일한 사람에 대한 차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같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한 재정의 낭비등과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헬리콥터머니의 필요성에 반박을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에게 언제까지 어느 정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미약한 제안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야 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가 억제된 후에도 경제 불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이슨 퍼먼은 ‘코로나 경제전쟁’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4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1) 노동시장의 특성상 실업율의 급격한 상승은 가능하지만, 하락은 그만큼 빠르지 못하다. 2) 기업들이 파산하면 이를 다시 원래대로 조합하기란 쉽지 않다. 3)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고, 대규모 정책 대응이 업사면 경제위기는 금융 위기로 변할 수 있다. 4) 개별 국가의 전염병 확산과 경제 위기로 여행 제한은 온 나라의 추세가 되었고, 세계의 공급망은 계속해서 부담을 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헬리콥터머니가 각 나라의 국민들에게 지급되면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정도를 어느 정도는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정말 그렇게 될 지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기간동안 코로나19가 지속될지, 언제쯤 사라질지, 그리고 그 경제적 후유증이 얼마나 어떻게 나타날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한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전 세계는 또 몸살을 앓아야한다는 점이다. 헬리콥터머니는 이전에는 미국,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만 뿌려졌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실행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본이나 중국같은 나라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고, 양적완화까지 한다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무력화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다면 엄청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한 과잉생산 체제는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다. 디플레이션(영어: deflation)이란 한 국가의 경제에서 재화와 용역의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미 세상에 필요로 하는 물건은 넘치고 넘친다. 차라리 망하는 세상에 기업들은 있는 재고를 저렴하게라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대신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품목마다 틀릴 수도 있다. 식품과 같은 필수품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사치품과 같은 비필수품은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만은 다르다. 온 나라가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위하여 달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달러는 하이퍼인플레이션보다는 달러화 가치 상승이라는 호재를 맞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코로나19이후에는 엔화나 위안화의 가치를 폭락하고, 유로화의 가치는 그런대로 현상 유지할 수 있다. 미국에서 2조달러 이상을 푼다고 하지만, 세계가 요구하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그 이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 만해도 무너진 중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달러가 필요할 것은 분명하다.

전 세계가 동시에 실행하는 헬리콥터머니와 양적완화는 일시적으로. 이는 급격한 실업 증가와 GDP 감소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재정적자를 동반하고, 언젠가는 다시 중앙은행으로 끌어들여 와야 하는 돈이다. 그 방법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지구 경제는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될 것이다. 미래를 끌어와서 현재에 사용하는 대가를 치루기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국가 간 갈등의 심화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는 협력과 갈등의 기로에 있다. 협력도 해야 하지만 갈등의 요소도 등장하였다. 이미 인간이 만든 빠르고 편리하고 큰 이동 수단을 활용하여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몇 바퀴 돌았고, 215개국을 전염시켰다. 이제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코로나19를 이길 가망이 없다. 온 나라가 협력하여 전염원을 찾아내 근절시키고, 보균자의 유입을 막고, 발생한 보균자에 대한 방역에 같이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글로벌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갈등의 더 커져가고 있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기는 하지만, 꼭 중국과 연관된 갈등만은 아니다. 지역 국가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가. 전염이 부른 자국 우선주의

코로나19가 발병하자 각 나라는 가장 먼저한 것이 발병국가로부터 오는 비행기를 막았다. 보균자의 입국을 막음으로써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하고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3월 중순경 미국 국무부는 2단계 이상 여행경보를 발령한 모든 국가에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캐나다, 멕시코와 국경도 일시 폐쇄했다. 모든 회원국이 육로로 연결되어 국경 통과 과정없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유럽연합(EU)도 회원국 27개국이 30일간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여행금지 조치에 합의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중국에의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위험도를 인지한 즉시로 대중국 국경을 폐쇄하였다. 그러한 신속한 조치에 힘입어 아시아 3국은 이례적일 정도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적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잠잠해진다고 생각하던 3월 27일 중국 공산당은 느닷없이 중국 국경을 봉쇄한다. 코로나19의 해외 역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중국 외교부는 외국인중 APEC 비즈니스여행 카드를 통한 입국, 항구 비자, 하이난(海南) 입경 비자, 상하이 크루즈 입국 비자, 홍콩 마카오지역 외국인 단체여행객의 광둥 144시간 체류 비자, 아세안에 대한 광둥성 무비자 입국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른 어느 나라가 취했던 입국 금지조치보다 더 강력한 조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세계는 스스로를 다른 나라로부터 고립시키는 섬들이 되어갔다. 물건과 사람이 오가지 못하게 막아놓고서 국제 공조를 할 수는 없다. 국경 봉쇄를 하면서 각 나라는 다른 나라, 심지어는 자국민에 대한 배려조차 포기한 나라도 생겼다.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 각국은 그동안 떠들었던 국제간 협력을 안면몰수하며 포기한 적은 물론이고 자국 우선주의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되든 자국부터 살아야 겠다는 절박함도 한몫 거들었다. 일단 시작된 자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 확산 등 세계화의 후퇴를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나. 발원 국가, 중국 책임론의 부상

코로나19가 블랙스완인지 아닌 지는 논란이 있다. 미리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환경 파괴가 늘어난 만큼 정글에 있는 야생 바이러스의 인간 침투가 잦아진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미 6년전 나타났던 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종이고, 변종의 출현 가능성도, 그 변종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었다. 빌 게이츠도 인간을 수 천만명 죽이는 것은 핵무기가아니라 바이러스 전염병일 것이라는 예언도 있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들었고, 관리 소홀로 버려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의 사실 은폐 책임론은 세계를 또 하나의 갈등요소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3개월여 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대해 결국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WHO는 이미 시기를 늦었다고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사무총장은 과학적 견지가 아닌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밀착으로 지나치게 중국 위주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맹위가 점차 약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중국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러한 중국 책임론은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온 미국 말고도 영국 등 일부 서방 국가에서도 중국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대 사실로 말할 수 있다. 3대 사실은 중국의 관영지인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나온 말로 대중국 책임론을 부인하면서 사용하였다. 3월 31자 중앙일보에 의하면 환구시보의 사설은 서방에서 중국을 향해 제기하는 ‘잡음’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숨겼다는 것이다. 중국의 은폐로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잘 몰랐고, 따라서 제대로 대응 조치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잡음’은 일부 기준 미달의 중국산 의료 물자를 문제 삼아 중국 외교를 먹칠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28일 기준에 미달한 중국산 마스크 130만 개를 퇴짜 놓은 바 있다. 또 스페인과 체코에서도 중국산 진단 키트를 수입했다가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사용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 번째 ‘잡음’은 “중국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본격적인 ‘중국 책임론’ 제기다. 환구시보는 영국 가디언지를 인용해 영국 정부의 장관과 관리들이 신종 코로나 관련 중국의 부실한 정보에 대해 현재 ‘계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지는 또 영국 관리는 '중국이 역병을 이용해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 같은 세 가지 ‘잡음’이 극히 시대착오적인 '합창'을 이루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환구시보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상과 여왕의 측근마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영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5G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용했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차원에서 중국 책임론이 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적 차원의 민사소송도 걸겠다는 국가와 단체도 출현하였다. 

인도 변호사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 20조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일본 NHK의 3월 28일자 보도에 의하면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는 3월 12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초동 대응을 잘못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개인과 기업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연방지방재판소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소송을 한 원고의 법률사무소 홍보담당자는 27일, NHK의 취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계기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 사람이 트위터에서 중국에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은 미군이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지적하고, '바이러스 제압에 실패한 것은 중국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당초, 감염을 밝힌 의사의 고발이 묵살된 것 등을 들어, 중국 정부의 책임을 추궁해,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법학자 제임스 크라스카(James Kraska)에 의하면 사스로 인하여 전 세계가 전염병의 잦은 발병 가능성을 인지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을 비롯한 모든 WHO 회원국에 “사스를 비롯하여 ‘새로운 아류형(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여기에 해당)에 의하여 초래되는 비슷한 질병들에 대해 회원국이 24시간 이내에 WHO와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 보건 규정을 채택하였다고 한다. 이 규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고, 코로나19 발병이후 두달 동안 감추었던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병을 최초로 공개했던 리원량(李文亮, 1986-2020)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다. 증대되는 협력의 필요성

세계적 현인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현안을 분석하는 버그루엔연구소(Berggruen Institute)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와중에 행성 차원의 ‘공동면역주의(planetary co-immunism)’가 도래함을 전망했다. 원어 코이뮤니즘은 공산주의를 뜻하는 코뮤니즘과 발음상 흡사하다. 코뮤니즘을 연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회주의로 매도되던 빅브러더 정부들의 복권, 보건의료 감시 강화에 의한 프라이버시의 종언, 국경을 높이 쌓고 국민을 가두는 국가의 조치 등은 그간 자유주의와 세계화를 화두로 삼아온 우리에게 낯선 광경이다. 그러나 공동면역주의는 그러한 증상들을 합리화하려는 개념이 아니다. 이 개념을 통해 강조하려는 것은 바이러스라는 공동의 적 앞에 강화되는 글로벌 연구 협력이다. (한국일보, 2020.3.26.)

코로나19 방역 모델의 수출국이 된 우리나라는 연구에서도 해외 국가들의 많은 협조요청을 받고 있다. 이는 불행 중 다행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글로벌 정치에서 한국이 협력을 중심 국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 국가들이 합심해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바로 우리들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이다. 전 세계인들이 공동 감염되어있는 바이러스에 공동 면역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기도 하다. 세계는 초기 방역에서 중국은 정보를 같이 나누지 않았고, 다른 나라의 불행을 팔짱끼고 쳐다만 바라보다 급기야는 글로벌 공동 감염상태에 처했지만, 팬데믹 대응을 위한 역학. 의료 인프라의 글로벌 협력체제 구축하기 시작했다. 

라. 글로벌화의 후퇴?

이번 코로나19를 뿌리뽑기 위하여는 국제적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리더가 될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아메리카퍼스트, 중국은 공산 중화국가로, 일본은 국수주의 극우국가로, EU는 외국인 난민에 대한 경계심 고조되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감행하고 있었다. 선진 주요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가고 있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을 습격하였다. 이번 사태에서 결국 모든 나라는 각자도생할 수 밖에 없다는 명제를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리처드 볼드윈은 ‘코로나 경제전쟁’에서 기업, 개인, 정부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갑작스런 탈세계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기업들인 이번 전염병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와해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금융 중개기관과 규제 당국 역시도 이번 유행병으로 인한 충격을 미래의 리스크 평가와 스트레스 테스트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리 사회는 세계 각국이 외국인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국경을 봉쇄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타인에 대한 공포와 의심’은 이질화와 탈세계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미국이나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던 세계화는 이제 중심국가 없이 각자의 필요에 의해 사안에 따라 다른 나라와 협력과 경쟁하는 ‘신 G-제로(Zero)’ 시대가 될 수도 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를 지은  이언 브레머는 국제 리더십이 사라진 현 상황을 ‘G제로(G-Zero, G0)’ 시대라고 표현한다. 7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브레머는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G제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에 따르면 G8은 부자나라들의 사교 모임이 된지 오래다. G20는 실효성 있는 결정을 내리고 집행하기에는 회원국 수가 너무 많다. 또 회원국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국제사회의 리더로 나설 여력이 없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부채와 적자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브라질·중국·인도 같은 신흥 강국들은 경제 발전을 비롯해 산적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은 국제경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글로벌 공황상태의 원인을 제공한 나라인 ‘중국 리스크’를 재확인한 국제사회의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체제 편입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 중국 그리고 유럽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중심축 국가의 역할을 할만한 나라가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중심축 국가가 없는 글로벌 사회는 비록 미국의 일방적인 아페리카 퍼스트나 중국의 오만한 공산 중화주의는 약화되겠지만, 분쟁을 조정하고 강제할 국가가 사라졌을 때 평화가 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도 기대해볼 만한 국가에 속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남한의 머리위에 핵무기를 들고 있는 한 한반도 밖까지 신경쓰며 글로벌 리더국가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하다. 

4. 비즈니스 방식의 대전환 

코로나19 이후의 비즈니스를 예측하는 자료들을 보면 한 마디로 단언이 가능하다. 바로 ‘언택트 (UN-TACT)’이다. 코로나19로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증폭된 사회 현상이다.

가. 언택트비즈니스 폭발

2020년 3월 22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대책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정본부장은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최선을 다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였다. 단기간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여 코로나19 확산을 최대한 막고,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확진자 발생을 억제할 필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국민이 일상생활과 조화 가능한 ‘생활 방역’으로 이행하기 위한 대국민 요청사항이었다. 정본부장은 향후 15일간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 안에 머물러 있기를 부탁하였다. 또한 불요불급한 모임, 외식, 행사, 여행을 가급적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정부차원에서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국립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기간(3. 22.∼4. 5.) 동안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함께 실시할 것을 발표하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권장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게 했다. 우리말로 흔히 하는 ‘밥 한번 먹읍시다’, ‘소주 한 잔 해요’가 이제는 부담스럽게 되었다. 상대의 호의는 알겠지만, 코로나19가 지나고 잠잠해지면 얼굴이나 보자는 대답이 오게 마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위의 그림에서 보다시피 뚜렷하다. 한 사람이 한 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잠재 감염자 수십 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직접 얼굴 맞대고 일을 하거나 사회활동을 하기 보다는 전화로, 카톡으로, 화상으로 소통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사회생활하는 것을 접촉없이 만나기, 접촉을 줄이기 또는 없애기라는 뜻의 언택트 (untact = not contact)가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 맞춰 비즈니스도 변했고, 변해가고 있으며, 미래 비즈니스의 중요한 변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언택트는 이전에 유행어인 ‘나홀로(ALONE)’과  비슷하게 남과의 교류없이 혼자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다. ‘나홀로’가 시간적으로 나 경제적으로 웬지 각박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면, 언택트는 ‘나홀로’의 느낌에 그래도 자발적인 삶이라는 관념도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확산되기 시작한 언택트는 사회적 강요까지 덧붙여진 인간적 고립을 의미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언택트’는 만나야 할 사람과의 관계를 굳이 줄이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이후의 ‘언택트’는 남이 나와의 관계를 절약하겠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들어간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 언택트가 비록 코로나19의 확산에는 지대한 공헌을 했을지 몰라도 글로벌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매우 심대했고,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비즈니스 에너지가 훨씬 강하게 축적되고 있습니다. 2~3년 뒤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산업의 주도권을 흔들 것입니다. 변화 과정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3월 26일 인터넷 매체인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가 언택트의 촉매제가 됐다”며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거나 대면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음식 배달업이나 인터넷쇼핑몰 같은 이커머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인터뷰에서 김 부회장은 또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정에서 언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재가 됐다”며 “기존 흐름이 끊어지고 새로운 형태가 등장할 때 혼돈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기술이 나오면 생활을 조금씩 바꾸고 생활이 바뀌면 사업 구조가 변화한다”며 “언택트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언택트 바람’은 질병 종식 이후에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통 강자인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조로 현상을 가속화하고, 유통시장의 권력을 온라인 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 신문의 3.6일자 보도에 의하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은 일제히 대형마트로 가는 발길을 끊고 온라인몰에 접속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식자재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의 지난달 20일 이후 하루 평균 주문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46%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 방식에 익숙지 않은 5060세대도 언택트 소비 대열에 합류했다. G마켓의 50대 이상 고객이 구매한 식품, 생필품 주문 건수(2월 2일~3월 3일 기준)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73%, 84%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주문 증가율(각각 66%, 64%)보다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 오프라인 위주로 하던 비즈니스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갖고 온다.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사회적 동물의 개념이 희미해져가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나로그적으로 피가 흐르는 인간이기에 접촉. 대면 본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바햐흐로 비즈니스는 아나로그적이면서 디지털적인 면모를 모두 갖춰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나. 언택트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이 현실 세계에 스며들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는 하였지만, 이제까지가 서막이었다면 본 무대가 시작하고 있다. 언택트는 앞으로도 언제까지 정부에 의해서 권장될 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종료한다고 해서 전 세계가 같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CNN은 4. 14일 하버드대 T.H.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코로나19)면역 능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지거나 치료제 또는 백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2022년까지 간헐적 거리두기(Intermittent distancing)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가) 분명히 종식됐다 싶어도, 2024년까지는 재발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4년 동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그 사이 언택트 비즈니스는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은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이다.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 대충 어느 정도 사용한다는 게 아니라, 아주 아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주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쪽박이다. 현대. 롯데 백화점도 쿠팡, 스마트스토어 때문에 팡팡 나가자빠지는데, 구멍가게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늘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서 고객의 문의에 즉시 응대하고 다른 경쟁자들, 동네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저멀리 중국이나 일본에서 양말. 신발파는 경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내가 한국 안암동에서 파는 지 일본 오사까에서 파는 지 의미없다. 그냥 손가락만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점은 역시 언택트하는 소비자도 사람인지라 만져보고 입소문 들어 보기를 원한다. 사지는 않더라도 만져볼 오프라인 매장도 필요하다. 그것도 초라하면 안 된다. 자기 제품의 컨셉트를 다른 경쟁사보다 멋있게 표현하는 그런 매장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겠지만, 오프라인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비현실적인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익률이 높아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모든 제품의 가격이 인터넷으로 비교하면 다 나온다. 다른 경쟁제품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비싸면 소비자는 조용히 다른 제품을 사거나 항의한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아주 비싸게 내 브랜드로 파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명품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경험상 전혀 권할 바가 아니다. 명품이 되기도 어렵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요즘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제품 수명 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 아이디어 신상품의 유효 기간이 한 달이나 될까말까하다. 모든 제품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누구나 쉽게 빨리 알게되기 때문이다. 사업 환경을 한 마디로 하라면 장사 시작하기는 쉬워졌는데, 돈을 버는 것은 어려워졌다. 결국 온라인기반한 언택트 비즈니스에서 살아남는 길은 좋은 상품과 서비스는 기본이고, 남들이 나를 찾기 더욱 쉽게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의 손가락을 피곤하게 하면 안된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간에 찍으면 첫 페이지에 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검색되지 않는 자, 존재하지 않는다.” 명언 중의 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