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야간개장 6

여름밤은 소중하다. 낮 동안 달아올랐던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가 가라앉고, 미지근한 공기가 은근한 설렘을 불어넣는 시간. 시끌벅적한 도시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야간 행사 여섯을 준비했다. 열대야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오아시스 같은 공간들을 만나보자.

창경궁 명정전의 아름다운 밤풍경

창경궁, 덕수궁 야간개장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을 흘려보내기 아쉽다면 밤의 궁궐이 선사하는 낭만에 취해 보는 건 어떨까.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 9시까지 야간 개장하는 창경궁과 덕수궁은 도심 속 궁궐의 아름다운 야경을 거닐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담을 따라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창경궁의 잔디밭 위. 어둠 속에 잠긴 궁의 은은한 실루엣이 상당히 고풍스럽다. 홍화문으로 입장해 오른편으로 이동하면 연못인 춘당지가 있고,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궁궐의 하이라이트인 대온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은 유리로 둘러싼 화려한 외관이 이국적인 매력을 뽐낸다. 온실 내부는 평소 쉽게 만나보기 힘든 한국의 천연기념물, 야생화, 자생식물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야간 조명이 더해져 화려한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덕수궁은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서도 그 위용을 잃지 않는다. 서구적인 매력과 한국적인 멋이 조화롭게 섞인 정관헌, 위엄 있는 중화전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져 웅장미를 자랑하는 석조전은 유독 압도적이다. 궁내 석조전 서관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도 겸사겸사 관람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올여름에는 은은한 달빛 아래 유유자적 거닐며 고궁의 매력을 느껴보자. 두 곳 모두 사전 예약 없이도 입장할 수 있으며 매표 마감 시간은 8시, 관람 가능 시간은 9시까지이니 주의할 것.

중화문에서 바라본 덕수궁 중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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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오후 9시 (월요일 휴궁)

위치 창경궁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와룡동)

덕수궁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정동)

국립중앙박물관 야간개장 '큐레이터와의 대화'

국립중앙박물관은 매주 수요일 야간 개장 시간 동안 큐레이터의 해설을 곁들인 특별한 관람 프로그램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선보인다.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특정 전시에 대한 기획 의도, 숨겨진 이야기 등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한층 더 풍성한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널찍한 부지를 자랑하는 박물관은 전시 외의 볼거리도 상당하다. 산책길을 따라 전시장 앞 계단을 올라가면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는 남산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하다. 저녁 9시까지만 운영되는 박물관은, 이후 전시관 불을 소등하지만 가로등 불빛은 유지되니 천천히 관람한 후에 야외 공원의 널찍한 부지와 박물관 앞 거울못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큐레이터와의 대화’ 월별 일정표를 참고하자.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반가사유상을 전시한 사유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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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큐레이터와의 대화 : 매주 수요일 오후 6시~6시 30분, 오후 7시~7시 30분

위치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용산동6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덕수궁관 야간개장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차와 인파로 붐볐던 서울 도심 한복판의 거리. 퇴근 시간을 지나 한적해진 길을 따라 입장한 밤의 미술관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 군 병원 건물이었던 서울관은 모던하고 담백한 매력을 선보이고, 덕수궁 내 석조전 서관에 위치한 덕수궁관은 화려한 분수대와 이오니아식 기둥이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을 뿜어낸다. 고요한 전시장에는 낮에는 느낄 수 없는 묘한 공기가 감돈다. 낮 시간이면 볕이 한가득 들어오던 서울관은 밤이면 높다란 층고에 어울리게 인공조명이 은은하게 발산하는 빛으로 아늑하게 맞아준다. 게임의 사회적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게임사회〉전시, 여러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전시 등이 진행 중이다. 붐비는 휴일의 미술관 인파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수요일 밤은 작품 앞에서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 전시장 곳곳의 창을 통해 어스름하게 깔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즐겁다. 특히 덕수궁관은 고즈넉한 고궁의 야경과 함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관람 시 현장 예약도 가능하지만 미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사전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야간 개장 시간인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무료이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시간과 관계없이 무료 관람 혜택을 제공하니 참고할 것.

화려한 서양식 건축을 보여주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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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월요일 휴궁(덕수궁관)

위치 서울관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소격동)

덕수궁관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99(정동)

국립세종수목원 야간 개장 '특별한 여행'

도시의 회색빛 풍경에 지쳤다면 싱그러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피처를 추천한다. 세종시에 자리한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으로 9월 23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 개장 ‘특별한 야행’을 개최한다. 공원의 3분의 1가량인 사계절온실, 축제마당, 한국전통정원 일대가 개방되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느긋하게 야외 관람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고즈넉한 한옥 건물로 꾸며진 전통정원, 갖가지 조형물과 플리마켓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축제마당, 무려 축구장 1.5배의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계절 전시온실은 사시사철 푸른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붓꽃을 모티프로 디자인된 건축물도 아름답지만, 야간에는 화사한 네온 빛 조명이 가득해 눈이 즐겁다. 야간 개장 시간인 오후 5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입장료의 반을 할인받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고즈넉한 매력을 풍기는 솔찬루 전경.

국축제마당은 넓은 잔디광장을 통해 다양한 예술과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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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9월 23일,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오후 9시 30분

위치 세종시 수목원로 136 (세종동)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북서울미술관 야간 개장

한여름의 열대야를 피하기에 미술관만 한 곳도 없다. 작품 보존 및 관리를 위해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때문. 올여름엔 시원한 공간에서 미술품을 감상하며 고단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해 보자. 정겨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도착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은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다룬〈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전시가 진행 중이다. 노원구에 있는 북서울미술관은 공원 산책로와 출입구를 연결한 개방형 건물로, 귀여운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쉿!〉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하절기 기준 평일 오후 7시까지 운영하지만,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저녁10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행사이니 밤의 미술관이 궁금했다면 꼭 놓치지 않도록 하자.

근대 건축물의 기품이 느껴지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하학적인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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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위치 서소문 본관 :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서소문동)

북서울미술관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더위를 피해 집에만 있기엔 여름은 너무나도 길다. 뿌듯한 마음으로 한 주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잠수교에서 문화와 휴식을 실컷 만끽해 보자. 서울시에서 기획한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통해 잠수교는 7월 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차가 사라지고 사람만 이용하는 보행교로 변신한다. 매월 수십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축제는, 시민들이 한강을 안전하게 건너보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자원으로서 한강대교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평소 차도로 이용되는 잠수교를 자유롭게 걸어보는 재미 외에도 갖가지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상공인 팀이 참여하는 플리마켓, 거리 공연, 선셋 포토존은 물론이고 빈백 위에 누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책 읽는 잠수교 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구경하느라 지쳤다면 푸드 트럭 존에서 한강의 야경을 벗 삼아 다양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보자. 축제는 계절별, 월별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을 기획해 재차 방문해도 꾸준한 재미를 선사한다. 잠수교의 명물인 무지개분수, 세빛섬의 야경, 반포 한강공원을 함께 둘러보면 즐거움이 배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