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문학수첩 대표가 계간 시 전문지 '시인수첩'의 창간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9월 개인 자금 20억 원을 출자했으며 '시인수첩' 발행인을 맡았다.

부산 출생인 그는 1960년대 중반 서울로 갔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1년, 그는 출판사 '문학수첩'을 세웠다.

 
"출판사 설립 당시 세 가지 목표를 세웠죠. 설립 후 10년간 한국에서 돈 많이 버는 출판사를 만드는 것, 10~20년 사이 출판사 안정화, 20년 뒤 시인을 위한 잡지 창간이었어요."

그는 두 가지 목표는 이미 이뤘다. 문학수첩은 '해리포터 시리즈' 번역물로 대박을 냈고, 시드니 셀던·존 그리샴 등 유명 작가 판권을 독점하고 있다. 매달 문학수첩에서 발행한 책들이 1만 5천 권가량 판매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세 번째 목표. 그는 "글을 쓰는 시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원고료를 책정하지 않거나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강요하는 시 전문지나 문학잡지의 그릇된 풍토를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 등단 연도에 따라 원고료를 차등 지급하고 원고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시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높여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는 "기존 청탁 제도를 보완, 투고와 응모제도를 적극 활용해 모든 기성 시인과 신진 시인, 시인 지망생에게 열린 발표 지면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시인수첩 창간호는 내용과 형식에서 파격적이고 참신하다. '이 계절에 만난 시인' 코너는 시인의 생생한 육성으로 시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게 한다. 창간호에는 김남조 시인과 진주 유홍준 시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정현종, 신달자, 도종환 등의 '신작시', 시 문학의 안팎을 넘나드는 '시, 그 경계를 넘어', 시 문학의 주요 이슈를 다룬 '쟁점과 토론' 등 내용이 풍성하다. '사진 에세이' '시가 있는 만화' 등 시를 색다른 방식으로 전달해 시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장경렬 서울대 교수,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허혜정 한국사이버대 교수가 편집위원으로, 김병호 협성대 교수가 편집장으로 참여했다.

 

김종철 대표는 "계간지로 출발하지만 2년 내 월간지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 남부민초등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는 "유년기 기억 속의 부산 바다 풍경은 내 시의 원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