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내 최대 사람도서관 ‘위즈돔’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상엽입니다.

위즈돔(wisdome)은 지혜를 뜻하는 위즈덤(wisdom)과 둥그런 지붕의 건축물을 뜻하는 돔(dome)의 합성어로, 저희 회사가 만들어가는 문화가 지혜와 모이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꿈꾸며 붙인 이름입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려서는 위즈돔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아직 모르시겠지요?

위즈돔은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이 모두 그만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이라고 보고, 읽고 싶은 ‘사람책’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책을 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소규모 만남과 모임을 만드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지혜, 경험이 있다면 ‘나’라는 사람책을 등록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개설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어떤 정보나 기회 등을 필요로 한다면 잘 알고 있거나 이미 경험한 사람책에게 만남 신청을 하거나 이미 개설되어 있는 만남에 참가신청을 하면 되는 것이지요.

 현재 위즈돔에는 천여 명 이상의 사람책이 등록되어 있고, 매월 200여 회의 만남이 열리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처음 론칭한 것이 2012년 3월이니 2년을 꽉 채우고 조금 더 지났는데요, 현재까지 2,260건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20,759명이 만남에 참여했으며, 51,860시간 동안 서로의 지혜와 경험이 공유되었습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위즈돔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기회와 가능성들이 소수에게만 편향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위 인맥이라고 일컬어지는, 내가 만나길 원하고 알고 싶고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한정되어 있는 편이지요. 물론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그것을 가로막는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그 요인 중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결정적일 수 있는 ‘사람’을 통한 기회의 제공을 비즈니스로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도전이 성공했느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위즈돔을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이나 인생에 있어 큰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하나하나의 케이스만 놓고 보면 굉장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즈돔이 아니었다면 그런 인연과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여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와의 만남이, 그때의 인연이 언젠가 꼭 필요한 때가 되면 그 빛을 발할 테기에 그런 것까지 더했을 때 사람과 세상을 정말 많이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지요.

 특히 작년부터 시작한 ‘위즈돔@마이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좀 더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위즈돔@마이스쿨’은 위즈돔의 사람책들이 중고등학교로 찾아가서 학생들을 만나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직까지는 규모도 작고 형식도 제한적이지만 기본적인 취지 자체는 훌륭하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책들을 발굴하고 아이들과 더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더불어, 위즈돔은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여전히 서울에만 그것도 지나치게 몰려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대화, 도시화가 지속된다면 익명화, 비인간화도 가속된다고 생각합니다. 위즈돔 서비스도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전국 방방곡곡에 위즈돔의 문화를 뿌리내리고 싶습니다. 우리 지역에, 마을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그러려면 지역에서 같은 꿈을 꾸고 함께 실행할 파트너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현재 대전, 대구에 있는 기관과 협력하여 진행 중인데, 다른 지역에 계신 좋은 파트너들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저의 바람만 너무 많이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희가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모습에 대해 나누는 것이 더 가치 있겠지요. 많은 분들과 함께 누구에게나 기회와 가능성이 주어지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