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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허상과 그림자, 연·예·계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지망생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아이돌 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은 동경의 대상이고, 이러한 동경은 자연스럽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이 동경하는 세계에 들어서고 싶어 ‘연예인 지망생’이 되는 많은 청소년들이 막상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질척한 현실이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을 저울질하며, 그들을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려 하는 ‘어른들’, 불투명한 데뷔 가능성 그리고 힘든 트레이닝의 과정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모습만 바라보고 너무 쉽게 ‘연예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한번쯤 재고해보자. 자신의 열망이 추악한 연예계의 이면을 보고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확고한 것인지 말이다.
‘내가 너 연예인 시켜줄게.’
얼마 전 ‘연예인 지망생’의 성폭행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소속사 사장부터 시작해 소속 아이돌 가수까지……. 실로 ‘연예계판 도가니’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단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부당한 처사를 당하면서도 신고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을 것이다.
또한 최근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유명 연예인 K씨의 ‘미성년자 간음’ 혐의 또한 위의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어린 여학생들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말이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달콤한 유혹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던 것이다.
연예 기획사는 데뷔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사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연예인 지망생들과 소속 연예인들은 기획사와의 관계에서 항상 약자가 될 수밖에 없고, 다소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획사들은 데뷔 초에 소속 연예인들에게 ‘장기 계약’, ‘터무니없이 불평등한 수익배분’, ‘계약해지 시 물어야하는 과도한 위약금’ 등 말도 안 되는 계약조건을 포함한 계약서를 강요하고 있다. 즉 ‘노예 계약’을 맺어 데뷔 후에도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이 자신의 기획사였던 SM 엔터테인먼트사와 자신들이 체결한 계약의 많은 부분 부당하다는 점을 내세워 SM 엔터테인먼트사와 소송을 했던 사건만 떠올려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연예 기획사들의 대부분은 한 사람의 꿈을 키워 줄 수 있는 조력자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실 그보다는 아이들을 혹독하게 트레이닝 시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공장 같은 곳이다. 그렇기에 당부하건데, 혹시 이들이 ‘내가 너 연예인 시켜줄게’ 라는 말을 건넨다면, 덥석 넘어가지 말길 바란다.
‘뜨게 해줄게.’
힘들게 연예인으로 데뷔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이제 힘든 연습생 과정은 다 버텨냈으니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 같은가? 그렇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다들 2009년 故장자연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진흙탕 같은 연예계의 현실 속에서 끝내 그녀가 택한 건 자살. 장자연이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 속에는 어머니 제삿날에 접대를 하고 울었던 이야기부터 대기업 간부부터 방송사 PD까지 자신이 성상납을 했던 많은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연예인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인기 있는 연예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뜨게 해줄게’ 라는 말에 술자리 접대에서부터 성상납에 이르기까지 이리 저리 끌려 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이런 사실들을 폭로하는 것도 더 이상 쉽지 않다. 데뷔 후 자신의 이름이 알려진 상태에서 신고를 하거나 폭로를 하게 되면 자신이 입는 타격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잘못된 길로 발을 들이면 계속 그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꼴 보기 싫어, 나대지마.’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것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꼴보기 싫어, 나대지마.’와 같은 무조건적인 비방으로 칠갑된 ‘인터넷 악플’들과 근거 없는 악성 루머일 것이다.
얼마 전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학력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스탠포드 졸업 학력을 위조했다는 루머에 휩싸이며, 부당하게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만했다. 정당한 근거도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카페가 주도하여 한 번 마녀 사냥 식으로 몰아가자 인터넷 상에서 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갔다. 결국 타블로는 오랜 시간 동안 연예계 생활을 중단하며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타진요 주요 멤버 9명은 명예회손 죄가 적용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2007년에는 ‘故유니’라는 가수가 악성 댓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 물론 이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많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악성댓글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을 보면 익명성을 앞세운 악성댓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키보드 워리어들의 주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연예인!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성댓글들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악성 루머들을 끝없이 이겨내야만 한다. 연예인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헛소문일지라도 좋지 않은 이미지가 심어지면, 그 파급력은 일파만파이다. 그렇기에 이미지를 회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해당 연예인에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많은 연예인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 질환을 가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는 원인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예계의 어두운 면들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았다. 과연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감당할만한 각오를 가지고 있는가? 만약 지금 연예인을 꿈꾸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한번 진지하게 자신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이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직업 ‘연예인’. 한번 쯤 그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내면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강민정 기자(rkdalswjd5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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